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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과정, 2020 -
‘소화’는 ‘살아있는 상태’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신체적으로 죽지않기 위해서 음식을 챙겨먹는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에서는 좋은 음식, 영양소를 따로 섭취하기도 한다. 소화를 잘 해낸다는 것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하게 잘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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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고 먹는 것이 바로 나, 2020 -
나는 또한 ‘소화’가 우리가 예술을 하는 태도와 아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배워 받아들이면 그것을 스스로 사유한 다음 그 과정에서 생각했던 것을 세상에 나타내려고 한다. 그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예술이다. 무언가를 받아들이고<input>, 음미하고 세상에 다시 내보내는 것<output>이 소화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흔히들 ‘소화’는 자연적인 것이고 ‘예술’은 의도적인 것이라고 구분해서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둘 다 손과 장기라는 신체에서 시작된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고 먹는 것이 바로 나: 소화와 사고의 연결성>은 설치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사진으로 촬영한 아카이빙 작업이다. ‘소화’와 ‘우리가 예술을 대하는 태도’가 비슷하다는 것을 중점적으로 전달하려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을 만드는 것은 이견 없이 예술이라고 인정한다. 이런 생각에 더해, 나는 특별한 무언가를 먹고, 적절히 씹고 운동을 해서 장으로 배출물을 싼다는 것도 예술로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손으로 무언가를 인공적으로 만든 것을 이견 없이 예술로 인정한다면 같은 몸의 일부인 장으로 만든 것도 작품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예술을 한다는 행위의 주체가 같지 않은가.
보통 똥은 예술로 보지 않는 이유는 배설은 자연현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으로 배설물을 만드는 과정이 정말 자연스러운 과정인지 고민해보게 되었다. 총배설강이라는 소화 장기를 정상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기 위해서는 적절한 음식과 영양, 운동이 필요하다. 이는 100퍼센트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손도 장기의 일부고 소화기관도 장기의 일부이다. 예술 작품(회화, 조각, 소설, 시 등)과 배설물이라는 각각의 결과물은 탄생 의도는 다를 지 몰라도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소화와 배설뿐만 아니라 우리가 당연히 자연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자연적이지 않은 경우들이 많다.
감정표현 또한 마찬가지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과 음식을 먹고 소화, 배설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신체적 욕구에 기반한 것이고 정말 당연한 섭리이지만
그 과정을 건강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