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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앤쉐어링 작가 소개글 (유환주, 주성진​ 작성)
-2023 <Homeless 展> 전시 연계 

작가소개: 김지원서

김지원서는 누구나 당연하게 하는 기본 욕구와 행위가 사실은 기계적으로 당연하게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세심한 케어를 기반으로 일상생활을 이루어낼 때 건강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한 작동의 메커니즘을 작품으로 보여주려 한다. 작가가 특히 주목한 것은 당연한 듯 움직이는 무언가를 실질적으로 시각화한 객관적인 지표들이다. 이는 장기가 상세히 나타난 인체해부도나 지도, 설계도가 작업에서 빈번히 활용되는 이유다. 그녀에게 그림은 살아있음을 감각하고 증명하는 수단이다. 

 

홀로 사는 매일, 당연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배고픈 배를 채우려면 밥을 해야 했고, 방을 청소하지 않으면 더러운 것들이 그대로 남아 사라지지 않았다. 당연한 집과 일상을 만들 책임은 ‘나’에게 있었다. 모든 일에 대한 책임, 그것이 혼자 사는 삶을 특히나 어렵게 했다. 하나의 공간을 채우고 변형하는 한 사람의 끝나지 않는 움직임을, 김지원서의 작품을 보며 상상해보길 권한다.

 

대표작: <자연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과정- 도해도>

 내부 장기들이 움직이는 순간순간을 포착해, 우리가 살아있음을 의외의 모습으로 시각화한 도해도 연작이다. 캔버스 위 강렬한 붉은색과 초록색은 빠른 속도로 소용돌이치고, 움틀 대며 생명력을 자아낸다. 마치 엑스레이와 내시경을 통해 우리 몸 저 깊숙이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다. 작가는 ‘소화’가 살아있는 상태를 가장 잘 나타내는 소재라고 생각한다. 이는 중앙에 위치해 꿈틀대는 반추상의 십이지장 그림을 통해 느껴진다. 오른쪽의 그림은 세포 하나, 근섬유 하나까지 표현되어, 음식물이 어딘가로 힘껏 빨려 들어가는 소화기관 내부를 연상시킨다. 가장 왼쪽에는 갈비뼈가 마치 옆으로 누운 듯 오른쪽으로 돌아가 있어, 우리가 잠에 든 모습을 정면 투영한 엑스레이 필름처럼 보인다. 세 작품이 함께 놓여, 건강하게 살아 움직이는 우리 몸 곳곳을 보여주는 것이다. 

 청년 1인 가구는 공감할 것이다. 우리 몸 내부가 알아서 자연스럽게 움직일 거라 기대하지만, 생각보다 잠에 제때 들거나 밥을 영양가 있게 챙겨 먹는 것은 나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작가는 잠이 들기 전 생각하는 내용에 따라 머리의 어느 부분이 당겨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느낌에 착안하여 몸의 움직임을 기록하기 위해 미용 도해도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미용실에서 커트를 할 때 가이드라인으로 사용하는 디자인 표를 도해도라고 한다. 도해도 연작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건강하게 잘 살아 있는 일상, Well-Being을 위한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 혼자 사는 사람들끼리 도우면서 서로를 위안을 삼아보자. ”

​아트앤쉐어링 시각예술팀 인터뷰 (김태은 작성), 2023.1.9
-2023 <Homeless 展> 전시 연계 인터뷰

작가 소개)

-안녕하세요, 김지원서라는 작가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지원입니다. 작업을 할 때 당연하게 움직이는 것은 없다는 주제를 가지고, 움직이는 무언가를 설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에 관심이 많아서, 인체 장기를 설명할 수 있는 해부도라던지 지도라던지, 살아 움직이는 것의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는 매체에 관심을 가지고 주로 작업하고 있어요.

 

움직임을 보여주는 매체로 작업하신다고 하셨는데, 자신의 예술을 대표하는 키워드 3가지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세가지라고 한다면 ‘장기’, 저의 작업에 모티브가 되는 ‘도해도’, ‘홀로서기’ 이렇게 세 가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도해도에 대해 보다 자세한 설명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도해도는 원래 미용에서 사용되는 말인데, 제 작품에서는 사람의 생각을 표시할 수 있는 객관적인 시각적 표시로 사용하고 있어요.

 

이번 전시 작품 중에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도해도를 모티브로, <도해도>라는 시리즈를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이게 미용에서 커트를 할 때 사용되는 미용 디자인 표를 도해도라고 하는데, 이걸 조금 변형해서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때 도해도를 가지고 나타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번 전시 주제와 연관되게, 자취를 하면서 제가 느꼈던, 당연하게 여겼던 게 사실은 당연하지 않다는 생각을 표현해보려 했어요. 잠을 제때 드는 거라던가, 밥을 제때 챙겨 먹는다던가, 감정을 표출하는 거라던가, 인간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게 나에 대한 애정을 갖고 관심을 기울여야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나에 대한 표현을 하기에 도해도가 적합한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도해도라는 게 어떤 소재로 표현되나요? 평면적으로 표현되는 건지?

-캔버스에 유화를 가지고 그리는 평면 작업이고, 우리가 살아 움직이는 순간을 – 주 소재는 장기이긴 한데 – 살아 움직이는 과정에서 장기들이 움직이는 순간순간을 포착해서 그려내는 데에 집중하고 있어요.

 

작품 감상과 관련해서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말씀드렸다시피, 제 중심 작품은 <도해도> 시리즈예요. 어떻게 보면 혼자 사는 삶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 혼자 사는 삶의 어려운 점을 부각하는 작품이긴 하지만, 그 부분 말고도 혼자 사는 사람들끼리 도우면서, 위안을 삼아보자는 내용에 초점을 맞춰서 감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주제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갈게요. 홀로 자취를 하면서 홀로 있다는 순간을 체감하는 순간이 있으셨다면 언제인가요?

-아침에 집을 치우지 않으면 계속해서 집에 먼지가 쌓이는 부분 부분을 보면서 내가 혼자 사는구나 체감하고 있어요. 우렁각시처럼 갑자기 집이 깨끗해지는 것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것을 느낄 때? 그리고 내가 집안일을 하지 않으면 더러운 것들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을 느낄 때 혼자 산다는 것을 체감하는 것 같아요.

 

집을 절망의 공간이라고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

-집을 절망의 공간이라고 느낀 적은 아직까지 없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독립을 원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아직 그러진 않은데 (절망의 공간이라고 느끼고 있진 않은데), 대신 혼자 살면서 새롭게 해야 하는 일이 많았어요. 밥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다 해야 한다든지 등… 그런 것들 때문에 작품의 주제도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으로 이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도해도라는 작업이 기본 매체가 장기를 그린 거거든요. 작업을 보시면 하나의 작업이 빨간색으로 이뤄져 있어요. 말씀드리기 부끄럽긴 한데, 장기를 그리자는 생각으로 애초부터 빨간색을 쓴 게 아니라, 빨간색 물감을 많이 짜버려서 어쩌다 보니 빨간 색으로 작업을 한 거거든요.

그래서 빨간색을 너무 많이 보다 보니까 눈이 너무 아파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웃음)

 

이번 전시와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학생 차원에서 전시를 하면 홍보 같은 부분에서 한계가 있다고 느끼거든요. 전시를 해도 홍보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아서 지인 몇 명만 전시에 오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을 해요. 전시를 해서 제 작업을 세상의 더 다양한 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학교에서 하는 장기자랑과 다른 게 뭐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학생 차원을 넘어서 많은 분들에게 홍보가 되니까, 홍보 차원에서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그 외에도 아트앤쉐어링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요리 프로그램도 진행해주셨잖아요, 그런 부분도 자취를 하는 입장에서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그게 도움이 되셨다니까 준비하는 입장에서 기분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웃음) 세 작품에 대한 개요, 재료, 유형 같은 기본 정보에 관해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첫 번째 입주 파트에서는 사진으로 작업을 하고, 종이에 프린트한 걸로 작업을 하려고 하는데요, (스트레칭 표를 공유하며) 이런 스트레칭 표에서 레퍼런스를 가져왔어요. 자취생이라면 혼자 집에서 누워있다 보니까 운동이나 움직이는 것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누워있는 포즈에서 조금만 움직이면 체조나 스트레칭이 될 수 있는데, 그렇게 움직이는 모습을 촬영하고, 집에서도 흔히 할 수 있는 스트레칭들을 방에서 그냥 누워있는 모습과 합성을 해서  프린트된 작업을 할 것 같아요.

두 번째는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도해도 작업물을 세 점 정도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작업물 사진을 화면 공유하며) 이렇게 도해도 시리즈를 메인 작업으로 걸 생각이에요.

마지막 세 번째 작업으로는 그렇게 부피가 크지 않은 작업인데, 집의 범위에 대해서 물음을 던지는 설치 작업을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일년에 네다섯번을 이사를 다니면서 집의 범위에 대한 의문을 많이 갖고 있었어요. 학교 기숙사에서 살았던 적 있는데 그럼 기숙사를 내 집으로 봐야 할까? 기숙사 안에서도 많이 호실을 이동했는데 그럼 그 호실 하나하나를 집이라고 봐야 할까? 혼자서 자취할 때도 두세번 집을 이동했고, 친구 집에 얹혀 살기도 했고, 이모 집에 얹혀 살기도 했고, 지금은 친구들이랑 동거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 많은 집을 돌아다니면서 저는 제 집이 정말 다양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뭐 그런 집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런데 내가 발닿고 있는 집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게 칫솔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제 이름이 들어간 칫솔을 전시를 하고, 그것을 관람객 분들에게 하나씩 나눠줄 수 있도록 작업해보려고 해요. 발닿고 있는 집의 범위를 확장해보려고 했어요.

 

세 작품이 연결되는 스토리라인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스토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기 보다는, ‘혼자 살면서 당연하게 작용되는 건 없고, 내가 살아 움직이는 것은 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기 때문에 건강하게 움직이는 것이다’라는 큰 주제의식을 가지고서 작품이 각각 파생돼서 나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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