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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樂: 惡器,  2021 -

 

작업의 이름은 악기이고, 여기서 ‘악’은 악쓰다 할 때의 ‘악’이다.  악- 있는 힘을 다하여 모질게 마구 쓰는, 이라는 뜻.

요즘의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다고 자주 생각한다.

밥을 먹고 소화하는 것, 잠에 잘 들어 적절한 시간 동안 쉬는 것, 배설을 하는 것 등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누구나 당연하게 하는 것들이 사실은 본인에 대한

정신적, 신체적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 건강하게 잘 해내기 쉽지 않은 것들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번 작업은 감정에 관한 것이다. 감정 표출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의지 없이도 표정이나 행동에 따라 어떻게든 하게 되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감정 표현에 굉장히 서투른 사람이고, 이 또한 건강하게 잘 분출해야지 속으로 곪는 상처 없이 할 수 있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행위라고 생각했다.

 나는 감정 표현에 더딘 사람이다. 일 년에 두 번, 손에 꼽게 울 정도로 눈물이 없고, 화도 잘 못낸다. 슬프고 짜증나고 화나는 감정은 느끼지만, 그걸 외부로 표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누군가는 나를 보고 평점을 잘 유지한다며 부러워하지만, 나는 이 감정들이 언젠가 내 속에서 곪을까봐  불안한 지점들이 있다.

또한 표현을 잘 못하는 나를 보고 점점 무례해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종종 느낀다.

 소리를 내며 화를 내거나 우는 것을 잘 못하기에, 감정 표현을 도와주는 수단, 결국 도구로써, 악기를 만들어보았다.

 악기들은 나 대신 소리를 내어, 내 감정을 누군가에게 표현해줄 수 있는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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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악기는 새로운 개념의 악기이다. 나처럼 큰 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각각의 방식으로 작은 소리를 내고 있다. 각 악기들은 신체 기관들의 모양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각 신체 기관들이 구조에 따라 작용을 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사실은 여러 과정을 거쳐 까다롭게 만들어지는, 당연하지 않은 감정 표현

방식을 설명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악기 樂: 惡器 - 있는 힘을 다하여 모질게 마구 쓰는>, 김지원서 Application Kim, 디지털 비디오, 컬러, 5분 17초,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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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樂: 惡器 - 있는 힘을 다하여 모질게 마구 쓰는>, 김지원서 Application Kim, 디지털 비디오 cut.

<악기 樂: 惡器 - 있는 힘을 다하여 모질게 마구 쓰는, 설계도>, 김지원서 Application Kim, 디지털 드로잉, 2022 

악기 樂: 惡器,  2021 -

 

악기 시리즈 두번째 작업의 제목은 <악기 樂: 惡器- 소리를 크게 내는 연습>이다.  나는 내가 느끼는 감정을 크게 소리를 내 잘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감정들이 언젠가 내 속에서 곪을까, 또는 누군가 만만하게 볼까 걱정하는 지점이 있다. 누군가 사람을 평가할 때 ‘조용하다’ 라는 말은 결코 칭찬이 아님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큰 소리를 내는 방법을 연습하는 퍼포먼스를 시도했다. 작업의 일환으로 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옷을 만들어 착용했다. 
옷의 장식은 장기를 형상화 한 것으로, ‘당연하게 움직이는 것은 없다’라는 나의 앞선 생각과 연관되어 있다. 

<악기 樂: 惡器- 소리를 크게 내는 연습>, 김지원서 Application Kim,, 디지털 비디오, 컬러, 사운드, 3분 50초,2022

<악기 樂: 惡器- 소리를 크게 내는 연습>, 김지원서 Application Kim,, 디지털 비디오, 컬러, 사운드, 3분 50초, 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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